호리에 깃든 장인의 혼, 취푸 ‘푸싱허(扶兴和)’ 붓과 유가 문화의 천년 공명
최근 봄바람이 산둥성 취푸의 옛 도성을 부드럽게 스치고 있다. 공묘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신도로 골목 깊숙한 곳에는 백년 전통의 노포, ‘푸싱허 필장(扶兴和笔庄)’이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수백 자루의 붓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으며, 크기와 형태도 제각각이다. 양모(羊毫), 낭모(狼毫), 겸모(兼毫)가 조화를 이루고, 먹 향기와 붓털의 은은한 촉감이 어우러져 코끝을 스친다. 성(省)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취푸 푸싱허의 붓 제작 기술은 이미 100여 년 넘게 전승되어 오며, 붓끝과 먹 사이에 깊은 문화적 내공과 장인의 초심을 담아내고 있다. 제목(楷木)은 취푸 ‘삼공(三孔)’ 중 공림에만 자라는 귀한 수종으로, 질감이 부드럽고 문화적 의미가 깊어 푸싱허 붓대의 가장 대표적인 지역 특색 원재료다. “제목은 질기고 단단하면서도 결이 곱고 매끄럽고, 줄기가 곧게 뻗어 자연스럽게 단정하고 바른 기운을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궁구이즈는 설명한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나무 붓대와 달리, 제목으로 만든 붓대는 무게감이 있고 손에 쥐는 느낌이 묵직하다. 사용할수록 표면이 더욱 매끄러워지고 손에 잘 맞으며, 오랜 시간 사용하면 마치 옥을 기르듯 은은한 윤기가 배어들어 독특한 광택을 형성한다. “공자의 고향에 뿌리를 둔 제필 장인으로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유가 문화의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신의를 근본으로 하고, 바름을 지키며 혁신한다’는 정신은 이미 몸에 배어 있습니다.” 궁구이즈는 손에 들고 있던 도구를 내려놓으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좋은 붓을 만들려면 반드시 좋은 재료를 써야 하고, 공정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해야 합니다. 재료를 고르는 눈은 정확해야 하고, 손은 안정되어야 하며, 마음은 바르고 곧아야 합니다. 품질은 브랜드의 뿌리이고, ‘덕(德)’이라는 문화야말로 백 년을 지탱하는 영혼입니다.” 모든 세밀한 부분에는 전통에 대한 경외가 담겨 있고, 모든 혁신에는 문화 계승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